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은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어 발생환자수를 알 수 없으나 감염 환자 전수 조사를 하던 2023년 여름까지 우리나라 코로나19 환자수는 3,400만 명을 넘었고 사망환자수는 35,000명을 넘었다. 2023년 가을이 되면서 많은 사람은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감염 전문가 입장에서는 환자수가 줄어들었을 뿐 코로나19 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였던 2022년 초에 크게 바뀌었다. 2020년 초에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미생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고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발생을 가능한 억제하려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조기에 코로나19를 진단하고 엄격한 격리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려 하였고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집합금지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였다. 2020년 후반부터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가능해졌고 2021년 2월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어 2021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하였다. 2021년 12월 중증도가 높은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유행이 생기면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겨울을 넘기게 되었는데 2023년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더 이상 환자 발생을 억제하는 전략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 변이들보다 전파가 쉽게 일어나서 하루 새로운 환자수가 6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가능한 줄이려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겨울에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5차에 걸쳐 백신접종을 추천하였다. 1, 2, 3차 접종은 일정 나이 이상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추천되었고 2022년 2월에 시행한 4차 접종은 50세 이상 혹은 면역기능 저하환자를 대상으로 주로 추천되었다. 2022년 10월에 시행한 동절기 접종은 60세 이상 혹은 면역기능 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추천되었고 2023년 5월에 시행한 상반기 추가접종은 65세 이상 혹은 면역기능 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추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 2, 3차 백신 접종률은 접종 대상자 전체의 87.6%, 86.8%, 65.7%이었다. 60세 이상, 즉 코로나19 백신접종의 이득이 가장 큰 연령군에서 1차부터 5차까지 백신접종률은 각각 96.4%, 95.9%, 90.2%, 44.3%, 35.3%이었다. 3차 접종까지 높은 접종률을 보이다가 4차 접종 이후 접종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잦은 백신접종으로 인한 피로감, 코로나19 중증도 감소, 코로나19 백신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접종률이 낮아진 이유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본인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아보니 나는 2021년 3월 18일부터 2022년 12월 9일 사이에 모두 다섯 차례 예방접종을 받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중증으로 진행할 기저 질병은 없으나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대부분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할 기저 질병이 있는 환자들이므로 내가 감염되어 진료하는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은 셈이다.

 

2023년 10월 19일부터 이른바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명칭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까? 대부분 생명체는 유전물질로 DNA와 RNA를 모두 가지고 있는 반면 바이러스는 DNA 혹은 RNA 중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 우리는 바이러스를 DNA 바이러스 혹은 RNA 바이러스로 분류한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데 다른 RNA 바이러스인 C형 간염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비해 변이를 잘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변이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변이가 연이어서 발생하였고 지금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로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려운 BA.1, BA.2, BA.5, XBB 등의 변이가 순차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은 XBB1.5 라는 변이주에 대한 백신이다. 2020년 겨울부터 사용하였던 백신은 초기 유행주인 야생주에 대한 백신이었다. 야생주에 대한 백신은 처음에는 예방효과가 우수하였으나 변이가 반복 출현하면서 점차 효과가 떨어졌고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유행하면서 효과가 크게 감소하였다.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에 대해 이전 백신보다 훨씬 높은 예방효과를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까? 감염 전문가의 입장에서 답은 ‘예’이다. 추천 강도는 코로나19 에 감염되었을 때 중증으로 이행할 가능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령층, 기저질병이 있는 분, 면역기능 저하 환자분은 꼭 ‘23-23절기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을 추천한다. 특별한 기저 질병이 없고 고령이 아니라면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선택사항이고 추천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감염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인은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해보고 이득이 손해를 앞지르는 경우 특정한 약제 투여를 추천한다. 이득이 손해를 크게 앞지르면 추천 강도가 높아지는데 고령층, 기저질병이 있는 분, 면역기능 저하 환자분이 이러한 기준에 맞는 대상군이다. 많은 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에 걸리는데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겠냐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목적은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것보다 코로나19 중증화 진행과 사망을 막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중증화 및 사망 감소 효과는 다양한 변이가 나타난 2022년 이후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정도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료를 보더라도 2023년 3월 5일부터 4월 1일 사이 코로나19 감염환자 18만여 명을 분석한 자료에서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군의 중증화율이 1.41%인 반면 4차까지 백신을 맞은 군의 중증화율은 0.13%로 대략 미접종자의 1/10 정도였다. 고령층을 별도로 분석하여도 같은 효과 즉 백신을 여러 번 맞은 군의 중증화율은 미접종군에 비해 1/10 정도였다.

 

코로나19의 위력이 약해진 것은 틀림없으나 끝난 것은 아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일부가 중증으로 진행하여 산소치료를 받고 있고 일부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이제 끝났고 걸려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른바 고위험군은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상당한 고통을 받을 우려가 있다. 감염 전문가로서 이러한 고위험군에게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의 이득이 손해를 훨씬 능가하므로 꼭 백신을 맞도록 권한다. 근무하고 있는 병원을 방문하는 대부분 환자는 코로나19 중증화 고위험군이어서 나 역시 ‘23-24절기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생각이다. 백신을 맞을 것인가는 분명히 개인의 선택이지만 감염 전문가의 역할은 전문가로서 견해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 글을 작성하였다.

 

2001-2004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

2001–2005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조교수

2005–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22–현재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2022–현재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남중

 

*출처: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86호(2023년 12월호)

 

작성자 : byunmk78